과학이 발전하며, 선과 악의 기준에 대한 논의가 난해해졌다. 미신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선과 악은 명확했다. 신과 같은 것이 선한 것이고, 신과 먼 것이 악한 것이다. 기독교를 예시로 들자면 신적인 것은 선하고, 악마적인 것은 악하다. 그러나 과학은 선과 악을 나누지 않는다. 여기서 허무주의자들은 신이 없으니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후 포스트모더니즘도 모든 사람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악의 부재를 말한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부덕함과 악의가 편견에 불과한 것일까? 선행과 선의는 우연에 불과했던 걸까? 그렇다면 인종 청소를 하던 히틀러도 정당화할 수 있고, 전쟁 범죄자들도 본인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일하던 영웅이 된다. 나는 이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과 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행과 악행을 무의미한 것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지 않다. 나치의 인종청소와 전범들의 제국주의적 행보가 인류의 후퇴를 불러온 것은 자명하다. 어떤 관점에서도 ‘좋다’라고 말할 수 없는 행위들을 ‘악’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내 관점은 이렇다. 선과 악이 없다면 우리가 발명해야 한다. 인간 사회에서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행위들을 악이라 규정지을 규범이 필요하다. 도덕을 발명하고자 결심하는 것은 가시밭길과 같다. 모든 사회와 전통, 문화에 보편적이어야 하며 시대도 초월한 진리여야 한다. 직관 상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패해 왔다는 사실이 불가능을 증명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선과 악이 없다면 우리가 발명해야 한다.
선과 악이 이미 있고, 우리가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면 어떨까?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처럼 도덕 법칙은 이 세상의 원리일지도 모른다.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외계인에게도 중력 법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표현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중력에 대한 개념 자체는 비슷하게 발전한 외계인들도 갖고 있을 것이다. 만약 도덕이 세상의 법칙이라면 외계인들도 똑같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도덕을 발견한다는 개념이다. 나는 이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 선과 악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말과 같다. 모든 도덕적인 행위는 자연이 만든 선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우리는 도덕 원칙을 발명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의 행동과 사고가 틀 안에서만 발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증명될 수도 없으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그저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독단론이 될 수 있다.
세상은 사상의 전쟁터다. 어떤 사상은 세상을 지배하기도 하고, 수명이 다해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믿는 사상을 위해 살아간다. 누군가는 행복을 위해, 평화를 위해, 생명을 위해, 종교를 위해 살아간다. 모든 사상은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적자생존을 이어간다. 시간이 흐르면 그 사상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반박되고, 파훼 되고, 보완되며 진화한다. 진화론보다는 방향성이 명확하지만 나는 이걸 ‘사상 진화론’이라고 부른다. 내가 믿는 건 선과 악을 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믿는 선과 악은 분명히 만들 수 있다.’ 그것의 보편성을 갖는 것은 전쟁터에 보내서 진화시켜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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